커피 없는 '스타벅스(Starbucks)'
by 심환
1. 스타벅스 Starbucks
“…… 흰고래(Moby Dick)를 잡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의 일부라고 한다면 나는 그놈의 구부러진 턱과 맞설 뿐 아니라 사신의 턱과도 맞설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지 선장의 복수를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복수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것으로 몇 통의 기름을 벌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것은 큰 벌이가 되지 못할 겁니다.”라고 피쿼드호(Pequod)의 일등항해사 스타벅(Starbuck)이 에이허브(Ahab) 선장에게 항의한다. [Moby Dick]
1987년까지 미국 대부분 사람들의 커피는 캔(can)커피였다. 물론 퍼콜레이터(percolator)나 브로워(brewer)가 있었지만 집이나 카페에서 한정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대중적이지는 못했다. 또한 고급 원두인 아라비카(Arabica)종은 소수의 커피 애호가들만이 찾아 즐겼던 상황이었다. 다시 말해 그때까지 미국은 우리가 알고 있는 커피의 제국이 아니었다. 그때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가 이탈리아에서 커피의 심장을 가지고 와서 커피 요정을 깨웠고, 전 세계에 커피 식민지를 만들었다.
스타벅스의 창립자들은 문학을 전공한 영어 교사, 역사 교사 그리고 작가였다. 그들은 커피를 좋아했고, 어렵게 고급 커피들을 구해 마시던 중, 그들이 살고 있던 시애틀에 직접 커피 스토어를 설립하게 된다. 그 세 창립자들은 고급 커피가 소수 애호가들에게만 팔릴 것이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처녀항해를 시작했다. 스타벅스호의 순진한 세 항해사들은 스스로를 피쿼드호의 스타벅 일등항해사라 생각했고, 최고 품질의 원두만을 팔아야겠다는 강한 신념으로 작지만 성공적인 항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스타벅스호 뱃머리에 있던 커피의 요정이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슐츠는 순진한 스타벅스호의 세 항해사들을 만난 후 잠든 커피의 요정만 깨울 수 있다면 좀 더 멋지고 풍요로운 항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 슐츠는 1983년 밀라노 출장에서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커피문화(에스프레소)를 접하고, 그것으로 잠든 커피의 요정을 깨울 수 있음을 직감했다. 슐츠는 1985년 순진한 스타벅스호를 떠나 1986년 시애틀에 ‘일 지오날레(Il Giornale)’라는 현제 스타벅스의 전 모델이 되는 커피숍을 창설했다. 일 지오날레는 스타벅스호로부터 원두를 공급받아 원두와 에스프레소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대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슐츠는 스타벅스호의 커피 요정을 잊지 못했다. 슐츠는 순진한 스타벅스호를 찾아가 합병을 제안했고, 순진한 세 항해사들은 순순히 스타벅스호와 커피의 요정을 슐츠에게 넘겨주었다. 슐츠는 1987년 일 지오날레와 스타벅스를 합병하고 그 이름을 ‘스타벅스 코포레이션’으로 바꾸었고, 순진한 세 항해사들은 스타벅스호를 떠나갔다. 그 세 사람은 스타벅스호를 떠나며 그때서야 자신들이 일등항해사 스타벅이 아니라 필레그(Peleg), 스탑(Stubb) 그리고 프레스크(Flask)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스타벅스호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은 슐츠는 뱃머리에 잠들어있던 커피의 요정에게 커피의 심장을 제물로 바쳐 잠을 깨웠다. 커피의 요정은 자신의 잠을 깨운 슐츠에게 소원을 한가지 말하라고 했다. 슐츠는 자신이 커피 제국의 황제가 되길 원한다고 말했고, 요정은 그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노출되어 있는 자신의 가슴을 가려줄 것을 요구했다. 슐츠는 요정의 요구를 들어주었고, 42개국 14000개가 넘는 커피 식민지를 가지게 되었다. 커피의 요정은 초록색 동그라미 안에서 가랑이를 벌리고 식민지 국민들을 유혹하고, 슐츠가 잠든 밤에도 지구의 반대편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슐츠의 은행 계좌로 흘려 보내고 있다. 우리는 슐츠의 커피 식민지에서 ‘가장 불쾌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피쿼드호의 선장과 선원들처럼 순진한 세 명의 창업주는 역사의 파도 속으로 침몰해 들어갔지만, 슐츠 일등항해사는 고래기름통을 붙잡고 살아남아 21세기를 통치하고 있다.
1. 스타벅스(starbucks)는 스타벅스 창립자들이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일등항해사의 이름을 가져와 거기에 ‘s’를 붙인 것이라 알려져 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그들이 살고 있던 시애틀 근방의 스타보(starbo)광산의 이름이었고, 이후에 스타벅 항해사의 발음과 유사하다고 해서 ‘s’를 붙여 스타벅스가 되었다고 한다.
2.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타벅스의 로고에 그려진 요정을 ‘세이렌(Seiren : Siren)’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히 말해
‘멜루지네(Melusine)’
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이렌은 상체는 여인 하체는 조류로 되어있지만, 요즘은 하체가 물고기인 형태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반면에 멜루지네는 세이렌이 북유럽에 전파되면서 파생된 형태인데, 꼬리가 둘 달린 인어의 형상을 한 물의 요정이다. 스타벅스의 로고가 멜루지네인 이유는 스타벅스 초창기 로고가 15-16세기 경의 노르웨이 목판화를 그대로 사용한 데서 알 수 있다.
3. 에스프로소(Espresso, 급행)는 빠르게 만드는 커피로, 20초 안에 커피를 뽑아내는 방식이다. 따라서, 커피를 미세하게 분쇄하고 130파운드의 고압 증기로 커피의 모든 것을 뽑아내야 한다. 그렇게 추출된 에스프레소를 커피의 심장(heart of coffee)라 부른다.
4. 필레그, 스탑, 프레스크 모두 소설 <모비 딕>에 나오는 인물들로서, 필레그(Peleg)는 에이허브 선장을 신봉하는 피쿼드호의 선주, 스탑(Stubb)은 이등항해사 그리고 프레스크(Flask)는 삼등항해사이다. 모두 에이허브 선장의 광기에 말려들지만, 일등항해사 스타벅만이 에이허브 선장의 광기에 이성적으로 대적한다.
5. 1971년 만들어진 스타벅스의 초창기 로고에는 요정의 가슴이 노출되어 있었는데, 1987년 노출된 가슴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머리카락으로 가슴을 가리고 있는 로고로 교체되었다.
6. 스타벅스 로고안의 요정은 벌리고 있는 두 꼬리를 양손으로 잡고 있다.
7. <모비 딕>에서 이쉬메일(Ishmael)은 ‘돈을 지불한다는 것은 저 과수원의 두 사과 도둑이 우리에게 준 것 중 가장 불쾌한 고통이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과수원은 에덴동산이고 두 사과도둑은 아담과 이브를 의미한다.
2. 커피의 심장 The heart of coffee
“…… 저기 고래들이 있다!” 라고 소리쳤다. 풋내기 선원들에게는 그 순간 고래는커녕 청어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으리라. …… 엷게 흩어져 바람에 흘러가는 포말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으리라. …… 갑자기 주위의 공기가 격렬하게 떨리며 진동했다. 대기의 물결과 소용돌이 밑에서, 그리고 일부는 엷은 해수 표면 아래서 고래들이 유영하고 있었다. [Moby Dick]
커피의 어원은 에티오피아(Ethiopia)의 카파(kaffa)라는 말로 ‘힘’을 뜻한다. 이후 터키로 전파되어 카베(Kahve), 다시 유럽으로 건너가 카페(café)로 불려졌고, 영국에서 커피(coffee)가 되었다. 커피의 기원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에티오피아 발견설이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에티오피아 설은 AD1000년경 에티오피아의 칼디(Kaldi)라는 염소 치는 소년이 염소들이 커피체리(coffee cherry)를 먹고 흥분하여 뛰어다니는 것을 목격하고, 커피를 끓여 마셨다는 이야기이다. 커피가 전세계로 전파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경 제국주의 식민지 확산 때이다. 활발한 식민 사업으로 유럽에 많은 커피가 쏟아져 들어왔고, 17세기 런던과 파리에는 수많은 커피하우스가 생겨났다. 그때부터 커피하우스는 정보와 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중요한 곳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커피는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 25도의 열대 및 아열대 지방의 1000~3000m 높이에서 양질의 커피가 재배된다. 커피는 아라비카(Arabica), 로브스타(Robusta) 그리고 리베리카(Liverica)의 3대 종으로 분류되지만 리베리카는 거의 생산되지 않는다. 아라비카 종은 고산지대에서 재배되는 고급 커피이며, 로브스타는 저지대 지방에서 재배되어 인스턴트 커피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품종이다. 아라비카 종의 고급 커피들은 주로 스트레이트 커피(straight coffee)로 마시는데, 각 산지 별 특유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는 크게 쓴맛, 단맛, 신맛 그리고 떫은 맛을 내며, 이 네 맛이 잘 조화되었을 때 이상적인 맛(taste)을 낸다. 물론 아로마(aroma)와 플래이버(flavour)도 중요한데, 이것은 미각으로 느끼는 향 그리고 입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커피의 종합적인 느낌이다. 커피는 커피 체리상태에서 수확되어 건조되면서 과육이 벗겨지고, 연한 녹색을 띤 생두가 나온다. 커피는 로스팅(roasting)을 통해 독특한 맛과 향 그리고 색을 띠게 된다. 생두는 로스팅 중에 수분이 증발되면서 무게가 감소하고, 부피가 팽창하면서 점점 짙은 갈색으로 변한다. 그 과정에 물리/화학적 작용이 일어나면서 맛과 향을 내는 1200가지의 성분들이 활성화되는 마일라드(maillard)작용을 거쳐 원두가 된다. 약한 로스팅(약 배전)은 단맛과 신맛이 강조되도록, 강한 로스팅(강 배전)은 쓴맛이 강조되도록 조절한 것이다. 로스팅 정도는 커피 품종에 따라 다르며 색상으로 그 정도를 판별한다.
커피의 맛과 향에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품질의 생두이며, 두 번째 중요한 것이 로스팅 그리고 추출 방법이다. 주로 커피의 품종에 따라서, 그리고 추출 방법에 따라서 로스팅을 달리한다. 추출법에 의한 로스팅 정도를 간단히 살펴보면, 드립 방식은 표준적인 맛과 향을 내는 풍부한 갈색의 시티 로스팅(City roasting), 에스프레소 방식은 쓴맛과 진한 맛의 최 절정인 이탈리안 로스팅(Italian roasting)을 한다. 하지만 요즘 에스프레소의 경우, 신맛은 거의 없어지고 쓴맛과 진한 맛이 커피 맛의 정점에 올라서는 단계이며, 크림을 가미하여 마시는 유럽 스타일의 풀 시티 로스팅(Full city roasting)으로 바뀌고 있다. 슐츠의 스타벅스 원두는 그 색상으로 봤을 때 풀 시티 로스팅 이상의 강 배전된 원두이다.
스타벅스가 생긴 후 미국에 에스프레소가 급격히 퍼지기 시작했다. 고대 마야의 제사장들이 인간의 심장을 도려내 그들의 신에게 바쳤듯, 스타벅스는 커피의 심장을 도려내 미국에 바쳤다. 스타벅스가 선사한 커피의 심장은 온 미국을 자극했고, 그들은 커피의 심장 이외의 커피를 잊었다. 그들은, 아메리카에 정착한 그들 선조가 빈곤과 권력에 밀려 떠나온 조상의 땅과 문화에 대한 향수를 달래려는 듯, 커피의 심장을 마시고 또 마신다. 하지만 그들이 마시는 커피의 심장에는 커피의 뜨거운 피가 없다. 케네스 데이비드(Kenneth Davids)가 말한 것처럼, 가공이 진할수록 커피 원두의 독특한 맛은 줄어든다. 위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커피의 4대 풍미인 쓴맛, 신맛, 단맛 그리고 떫은 맛은 중 배전 정도에서 가장 풍부해진다. 따라서 스타벅스의 커피는 화형에 처해져 새까맣게 탄 원두 시체의 심장을 도려낸 것이다. 아무리 빠른 속도로 커피의 심장을 도려내어도, 숯이 되어버린 시체의 심장은 더 이상 커피의 심장이 아니다. 적당한 배전으로 온전히 무르익은 커피, 그 커피의 매혹적인 몸을 애무하고 입 속으로 가득 머금었을 때 커피와 사랑했노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 ‘Green bean’이라 불리며, 볶지 않은 커피를 말한다.
2. <Coffee: A Guide to Buying, Brewing, and Enjoying>의 저자로, 미국의 유명한 커피전문가이자 커피 관련 저술가.
3. 이미지 머신 the machine of image
모비 딕은 계속 헤엄쳐 가며 수면아래 무시무시한 몸체를 끝내 보이지 않고, 무시무시한 턱의 끔찍한 모습도 완전히 감추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앞면이 천천히 물 위로 솟아오르자, 대리석 빛깔의 전신이 수면 높이 아치를 그리며 깃대 같은 꼬리를 하늘을 향해 위협적으로 휘저었고, 곧 이 거대한 신은 수면아래로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Moby Dick]
1981년 슐츠가 순진한 스타벅스호를 처음 방문하게 된 계기는, 그가 해마플라스트(Hemmarplast)사에서 일할 때, 시애틀에 있는 작은 소매 업체가 한 종류의 드립식 추출기를 대량 주문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서 이었다. 그가 순진한 스타벅스호를 방문해서 듣게 된 그 이유는, 전기 커피 메이커로 커피를 추출하면 커피가 덜 추출되고, 주변에 달라 붙어 타기 때문에 손으로 직접 드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최고 품질의 원두 커피만을 팔아야 한다는 세 항해사들의 정신에서 자신의 눈 앞에 고래기름통들이 거대하게 쌓여가는 환영을 봤다. 슐츠는 이 두 가지 교훈과 이탈리아 커피 문화를 교배시켜 스펙타클(spectacle)한 ‘이미지(image)’를 생산한다.
스타벅스가 이미지를 생산하기 위해서 ‘속도’와 ‘지속’이라는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첫 번째 에너지인 속도는 커피 추출 속도와 이동성 즉, 에스프레소와 테이크아웃(take-out)이다. 에스프레소 추출 방법에 의한 생산 시간의 단축은 농축된 커피 액처럼 교환 가능한 시간을 압축시켜 소비자의 생산 시간으로 되돌려주며, 테이크아웃은 소비 시간을 축소시켜 소비자의 생산 시간을 보존시킨다는 환상이다. 두 번째 에너지인 지속은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과 오리지낼리티(originality)이다. 오리엔테이션은 에스프레소, 용어, 로고 등에서 느끼는 유럽이라는 뿌리에 대한 지향이며, 오리지낼리티는 순진한 스타벅스에서 물려 받은 로고와 이름 그리고 자가 배전이라는 독특함이다. 슐츠의 스타벅스는 오리엔테이션과 오리지낼리티라는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공급함으로써 그들만의 이미지를 생산하고 있다.
속도와 지속이라는 두 에너지의 공통된 속성은 시간이다. 즉 스펙타클적 시간으로 환상 속에서 체험되는, 자기 변화하는 현실의 시간이다. 생산 시간의 단축과 소비 시간의 축소에 의한 속도는 환상적 이미지 일뿐, 소비자에게 소급되거나 전환될 수 없는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이다. 그것은 대부분의 도시 소비자들은 교환 가능한 생산 시간이 규정되어 있고, 그 이외의 모든 시간은 소비를 위한 시간일 뿐이다. 다시 말하면 생산 시간은 시간 축 상에서 그 양이 불변하는 반면, 소비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지속이라는 에너지는 과거라는 이미지를 통해 현재를 소외시켜버리는 환상이다. 이것은 라캉(Jacques Lacan)의 거울단계(mirror stage)와 비슷한 것으로, 유럽이라는 지역과 그 역사성을 커피를 통해 현재와 동일시 함으로써 현재의 공간과 시간을 소외시킨다. 다시 말하면, 미국에서 스타벅스의 에스프레소와 이국적인 용어들은 미국인들이 마치 유럽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며, 유럽이라는 이미지와 스타벅스의 로고는 전통이라는 과거와 현재를 동일화 시킨다. 반면, 미국 이외의 장소에서는 미국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권력과 앞선 문화로 변형되어 그들을 소외시킨다. 이러한 에너지를 공급받은 슐츠의 이미지 머신은 소비자를 현실의 시간과 장소에서 소외시키고, 소비자들은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 환상에 의존하게 된다. 환상은 수면아래 조용히 유영하는 고래처럼 우리에게 매혹적이지만 위험한 것이다.
1. 이미지 머신(the machine of image)은 공급된 에너지를 변환한다는 일반적인 머신의 개념을 사회 문화적 에너지를 공급받아 이미지를 생산한다는 의미로 변용한 것. 하지만 일반적 머신의 경우 공급 에너지와 변환 생산의 관계가 불변하는 반면, 이미지 머신은 공급 에너지가 동일하더라도 변환 생산된 결과가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2. 스펙타클(spectacle)은 하나의 이미지가 될 정도로 축적된 자본이다. [Guy Debord, 스펙타클의 사회, 이경숙 역, 1996, p.25]
3. 스펙타클적 시간 환상 속에서 체엄되는 현실적 시간 [Guy Debord, Ibid, p.130]
4. 라캉은 거울단계를 통해 아이의 자아형성 과정을 설명한다. 거울단계는 주체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거울상을 동일시하는 과정에서 자아의 형성됨과 동시에, 자아가 오해의 산물이며, 주체가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되는 장소임을 보여준다. [Dylan Evans, 라캉 정신분석 사전, 김종주 역, 인간사랑, 1996, pp.45-48]
4. 커피 없는 스타벅스 Strabucks without coffee
“오! 에이허브,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사흘째로 단념하십시오. 모비 딕은 당신을 쫓고 있지 않습니다. 그를 쫓는 것은 바로 당신입니다!” 라고 스타벅이 소리쳤다. …… 에이허브가 파도를 헤치고 미끄러져 달릴 때 비정의 상어 떼들이 그를 따라 다녔다. …… “이 상어 떼들이 먹으려는 것이 고래인가 나 에이허브인가”라고 그는 중얼거렸다. [Moby Dick]
1999년 슐츠의 스타벅스가 한국에 상륙했다. 향커피(flavored coffee)와 인스턴트 커피가 전부이던 한국에 스타벅스는 커피의 심장을 가지고 왔고, 고대 마야인들처럼 한국의 원주민들은 그 맛과 향에 열광해 커피의 영토를 슐츠에게 고스란히 넘겨주었다. 하루아침에 스타벅스는 한국의 로열 커피(Royal coffee)가 되었고, 고급 커피 문화의 표준이 되었다. 원주민들은 커피 요정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 낯선 언어를 사용해 유연하지 않은 혀로 주문을 하고, 새까맣게 탄 커피의 심장을 감사히 받아먹는다. 그리고 큰 창으로 밖을 보며, 미국인들이 밀라노(Milano)의 카페 거리를 상상하듯 맨하튼(Manhattan)을 상상한다. 나가요(take-out) 커피를 손에 들고 어지럽고 볼품없는 서울 거리를 활보하면서도 맨하튼을 상상한다.
스타벅스 주위에는 유사한 이미지 머신들이 속속 생겨나 커피 식민지를 경쟁분할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에이허브에게 몰려든 상어 떼처럼, 이름없고 초라한 식민지의 자생 나가요 커피 전문점들이 고목에 붙은 버섯처럼 촘촘히 생겨난다. 서울 도심은 커피 열강들의 전쟁터가 되고, 그것들이 생산하는 이미지에 의해 식민지내의 계급화가 이루어진다.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이미지 머신들 속의 사람들은 창을 통해 살벌하게 서로를 응시한다. 비슷한 모양의 종이컵을 들고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미 평범한 풍경이 되었고, 서로의 종이컵에 찍혀있는 로고를 곁눈질 하며, 상상의 적과 상상의 계급을 확인하는 풍경 또한 일상이 되었다.
우리는 스타벅스가 만든 이미지를 소비하며, 환상을 마신고, 환상 가운데 앉아있다. 슐츠의 이미지 머신은 소멸하지 않는 에너지를 무상으로 공급받아 이미지를 생산하고, 현실의 우리는 스펙타클의 보편적 표현물이자 실재하는 환상인 상품을 소비한다. 이러한 환상의 소비는 우리를 현실로부터 소외시키며 상상계(imaginary)를 구성한다. 30일 가까운 운송과 통관 절차를 거친 미국 발 커피의 심장이 최고의 커피가 되고, 유럽이었던 것이 미국적인 것이 되는 현실은, 커피의 요정과 슐츠의 머신이 생산하는 이미지에 의해, 검은 물 밑에 잠겨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왜 이곳에 있고 저곳에 있지 않은가?’라는 파스칼(Blaise Pascal)의 의문처럼 커피 없는 스타벅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우리는 스스로에게 하나의 물음을 던져야 한다. “나는 왜 이곳에 없고, 저곳에 있는가?”
1. 소멸하지 않는 에너지란 오리엔테이션과 오리지낼리티라는 에너지.
2. 환상인 상품을 소비한다. Guy Debord, Ibid, p.35
3. 상상계란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자아의 소외된 관계이며,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인식되는 혹은 상상되는 이미지들의 세계를 말한다. 상상계는 이미지와 상상, 기만과 현혹물의 영역이다. 상상계의 중요한 착각은 전체성·통합성·자율성·이원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사성이다. 따라서 상상계는 심층 구조를 감추고 있는 기만적이고 관찰 가능한 현상이 되는 표면적 외관의 영역이다. [Madan Sarup, 알기쉬운 자끄 라깡, 김혜수 역, 백의, 1996, pp.106, 176]
4. 원두는 볶은 후 3~4일 사이에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Polyphenol)이 최상이된다. 폴리페놀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고,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물질이다. 원두는 볶은 지 2주가 지나면 산패가 시작되어 맛과 질이 떨어진다. 한국 스타벅스 원두는 미국 시애틀에서 로스팅한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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